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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터에서 행복찾기]<3>신세대 - 직장은 놀이터  
체셔캣 2006-01-04 18: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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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6-01-04 04:05]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 투자자문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김성철(金聖哲·32) 씨는 4년 전 영화제작사로 직장을 옮긴 뒤 연봉이 2000만 원 줄어들었다.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철야는 기본이고 촬영장소 물색에서 섭외에 이르기까지 밑도 끝도 없이 사람들과 씨름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4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한다.


“영화 관련 투자 상담을 해 주다 영화 제작에 마음이 끌려 진로를 바꿨다. 이전의 일이 안정적이지만 꿈을 꾸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박봉이지만 ‘나의 목표’가 있어 행복하다.”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 근무하는 이모(26) 씨에게 지난 한 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직원 파티에서 가수 채연의 노래 ‘둘이서’에 맞춘 댄스 공연으로 1등을 하고 상금 150만 원을 받은 때이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사원 교육을 좋아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이 씨는 지난해 3월에 받은 사원 교육 수련회도 정말 재미있었던 순간으로 손꼽았다.


34세 이하의 신세대 직장인에게 직장은 ‘정승처럼 살기 위해 개처럼 벌어야 하는’ 고역의 일터가 아니다.


이들에게 일은 ‘즐거운 것’이어야 하고 ‘원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 기준이 직장에 대한 만족도를 좌우한다. 본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직장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 1위는 ‘급여 수준과 근무조건’이었지만 20대 직장인은 ‘지금 하는 일이 원하는 일이 아니다’를 1위로 꼽았다.


지난해 12월 15일 31세 이하 직장인 8명이 모인 가운데 한 중견기업에서 열린 심층 집단토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직을 하고 싶을 만큼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 35세 이상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사람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최우선으로 꼽았지만 신세대 직장인들은 달랐다.


“일에 발전이 없고 비슷한 일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노모 씨·29·여)


“회사에서 내가 뭘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없을 때. 그런 이유로 직장을 5번 옮겼어요.”(이모 씨·30)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곳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 때.”(차모 씨·28·여)


신세대 직장인에겐 중요한 전제가 있다. 어떤 경우라도 개인생활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개인생활을 침해할 만큼이라면 직장생활이 보람찬들 이들에겐 의미가 없다. 설문조사에서도 20대 직장인들에게서 개인생활의 행복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그 같은 경향은 미혼일수록 강했다.


지난해 12월 14일 33세 이하 미혼 직장인 8명이 모인 한 중소기업의 심층 집단토론에서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한지를 묻고 거수로 응답하게 하자 ‘퇴근할 때’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모(24·여) 씨는 “친구가 전화해 ‘퇴근하고 만나자’며 몇 시쯤이 좋으냐고 물어보는데 일이 밀려서 ‘나도 몰라’ 하고 대답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신세대 직장인의 태도를 윗사람들은 이기적이라고 비난하지만 신세대 직장인들은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1) 씨는 “사장이 사내방송으로 ‘오후 6시에 모두 퇴근하라’고 말을 해 주든가 해서 정시 퇴근만큼은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5일 근무가 시작되니까 장인어른이 ‘나라가 이제 망하려나 보다’ 하시던데 우리 세대에겐 이제 휴일 없이 밤늦게까지 몸 바쳐 일하는 게 미덕이 아니다. 모든 건 성과가 말하는 것이고 능력에 따라 차별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29) 씨는 패러다임의 차이로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이 씨는 며칠 전 오후 거래처 직원과 메신저로 대화를 하다 자리 뒤를 지나던 부장에게서 “근무시간엔 딴 짓 좀 하지 말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그는 “거래처 직원과 긴급한 업무 연락은 메신저로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데 윗사람에겐 그게 ‘일’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층 집단토론 진행과 분석을 맡은 인제대 서울백병원 우종민(禹鍾敏·신경정신과) 교수는 “기업이 신세대 직장인을 통합하려면 무조건적 충성과 성실함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대되는 보상과 수행 결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메신저 등을 이용해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아버지는 후회했지…인생을 즐길걸”▼


베이비붐 세대는 인생에서 무엇보다 일이 우선인 반면 베이비붐 이후 세대는 ‘개인’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점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는 1955∼63년에 태어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와 곧잘 비교되며 현재 30대 초반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한국의 신세대와 성장 경험이 닮았다.


1946∼50년 태어난 일본 단카이 세대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의 주역이었으며 사회에 진출한 뒤로는 똘똘 뭉치는 집단성으로 기존 시스템에 잘 적응했다. 자신은 회사에 다걸기(올인)하는 ‘회사인간’ 이지만 자식들만큼은 원하는 인생을 살기 바라면서 자녀를 극진히 위하는 ‘뉴 패밀리’를 이뤘다.


그 덕에 1971∼75년 태어나 지금 30대 초반에 이른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어릴 때부터 풍요를 경험했고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알고 자랐다. 하지만 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무렵 사정이 달라졌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李地平) 연구위원은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대기업이 부도가 나는 장기불황의 타격을 대학 때 경험한 세대”라면서 “이 같은 경험은 기성세대, 기존 질서를 불신하고 ‘나다움’을 강조하는 특징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신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백병원 우종민 교수는 “신세대는 봉사까지 점수화해서 채점하는 교육제도 아래서 자랐고 엄마들이 ‘넌 여기까지만 하면 된다’고 제시하는 목표에 익숙해 모험을 하기보다는 실리 위주의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어릴 때 풍요롭게 자랐지만 외환위기 때 회사에 청춘을 바친 아버지 세대의 몰락을 목격하며 일에 다걸기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부정적 가치관을 갖게 된 세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41∼59세 베이비붐 세대는 일에 몰두한 반면 그들의 뒤를 잇는 25∼40세의 X세대는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X세대에게 일이란 가족 건강 취미생활처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일 뿐”이라며 “유능한 X세대 직원들을 회사에 붙잡아 두고 싶다면 단순한 임금 인상, 승진보다는 근무시간의 신축성을 높이고 일터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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